2020. 2. 1. 07:05ㆍ지향/마음 비우기 연습
am 3시30분, 눈을 뜹니다. 어둠속을 더듬어 아이를 찾아 이불을 덮어주고 보니, 남편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누운 흔적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전화기를 듭니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어디가 조용한 곳을 찾고 있을 남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10분 뒤, 다시 전화가 걸려옵니다.
"어디야?"
"어, 미안해. 우식이랑 한 잔했어"
"술 끊는다며? 오.늘.도. 안 들어올거니?"
"어, 미안미안. 그렇게 됐네. 좀 늦게 만나서 그랬어. 지금 출발해. 20분 안에 도착해."
am 4시, 삑삑삑삑 도어락 소리가 납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40대 남자가 들어옵니다. 와이프와 아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마디 지껄이더니, 쓰러져 잠이 듭니다. 곧이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곱니다.
술을 마신다 =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보면, 내가 그토록 싫다고 누누히 얘기했던 '밤 늦게 술먹고 돌아다니는 행위'를 기어코 하는 남편의 의도가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다'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몇시든, 들어오는 것을 벼르고 별러 기다렸다가 소리를 지르고, 정신차리라고 등짝도 몇대 때렸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변하나요. 소리지르는 내 목만 아프고, 때리는 내 손만 아프지요.
얼마 전, 남편은 먼 곳에서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외박을 했습니다. "여보 ㅅㅊ역인데 예상택시비가 45000원 나와서 찜질방 갔다가 첫열차 타고 갈게요"라는 카톡만 남긴채. 외박은 그리 안된다고 일렀건만...만삭으로 배가 남산만 하게 불렀을 때도, 눈물로 호소하며 그러지 말아달라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입니다. 이 남자는 그저 사람들이 좋고, 술이 좋고, 술에 취하는 상태가 좋은 것입니다.
저는 이 남자의 행동을 '술에 취해 들어 온다는 것= 감기에 걸린 와이프의 건강 따위는 머리속에 없다, 늦게까지 술을 마셨으니 늦잠을 자겠다, 아이와 대화하고 놀아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편한 대로만 살려고 한다'로 확대 해석을 해서 비난했던 것이지요. 좋아하는 것을 본인이 아니 남이 어떻게 말릴수 있답니까. 그저 마음을 비웁니다.
"그래 너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라...나도 나하고 싶은거 하고 살련다"
'지향 > 마음 비우기 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상처의 이유. (0) | 2020.01.24 |
---|---|
남은 생 평안하시길 (0) | 2020.01.15 |
씁쓸한 마음 (0) | 2019.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