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 05:46ㆍ지향/미니멀라이프
비움을 시작하면서 중고시장(?)에 처음 발을 내딛었습니다. 처음에는 맘카페에서 무료나눔으로 시작했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서랍에 깊숙히 넣어두었던 유모차 커버와 컵홀더를 발견했습니다. 얼마 사용하지 않았기에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데 버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카페 나눔게시판에 올리니 조금 후 필요하다는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채팅을 마무리했습니다.
약속 날, 10분 먼저 나가서 기다렸지만 유모차 커버를 받기로 한 맘님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날씨는 추웠고, 씁쓸한 마음으로 컵홀더를 나눔하러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혹시나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근처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그 분은 5분전에 도착, 눈빛이 마주치자 다가와 따뜻한 음료를 내밉니다.
맘님 : "급하게 나오느라 이것밖에 못드려서 어쩌죠..."
나 : "아니에요, 잘 마실게요. 잘 쓰세요^^"
충분히 고마운데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시는 분께 함박웃음으로 배웅합니다. 나에게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누군가에게 요긴하게 쓰여지다니,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판매 16건, 나눔8건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판매는 다짜고짜 깎아달라는 분부터 약간 업자로 추정되는 분?도 있었고 좋지 않은 경험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료나눔은 기분 좋게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아이가 사용하던 물품이다보니, 소소하게 아이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나눔하고 돌아오는 길은 기분 좋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 시간을 아끼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그냥 버리는 것이 빠르겠지만, 쓸만하고 멀쩡한 물건을 쓰레기통에 넣는 것은 웬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나눔을 통해 훈훈한 이웃의 정을 느끼고, 또 사용되는 것.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던 "아나바다 (아끼고, 나누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정신의 실천이 이제야 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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