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육아

존중육아

2020. 1. 16. 03:50경험/존중육아

아이는 올해 5살, 유치원에 갑니다.

매일 아침,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 이불에서 뒹굴고 있는 아이에게

"둥근 해가 떳씁니다~자리에서 일어나서~이를 닦고 세수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엄마, 유치원이 모야?"

"어, 한살 더 먹으면 어린이집 졸업하고 유치원에 가는거야"

사실은, 11월말에 발표하는 유치원추첨 발표에서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건 유치원 입시(?)를 겪어본 엄마들만 아는 이야기...)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4살까지만 다닐수 있기에 졸업하고 유치원에 간다고 말해놨는데 유치원에 떨어져서 다른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하는 걱정 때문이었죠.

어쨌든 유치원접수 후 엄마만 속타는 일주일이 지난뒤에 합격소식을 들었을때, 세상 다가진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아직 응아를 기저귀에 하고, 밥을 스스로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치원은 당연히 기저귀 떼고 가야해"

"밥을 스스로 안 먹는다고? 그럼 굶겨. 배고프면 스스로 먹겠지"

 

사람들의 조언을 들은 날 밤, 응아는 하지 않으시기에 스킵하고 저녁밥상앞에 앉아 숟가락 들 생각도 안하고 멀뚱멀뚱 앉아있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안 먹을거야?"

"응, 안먹어"

"그럼 치운다~"

"응"

"이따가 배고프다고 하면 안돼~"

"알겠어~"

 

정말 밥을 달라는 얘기를 하지않더군요. 독한 녀석같으니;;그날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재웠습니다.

 

새벽3시,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 우유"

하기에 비몽사몽간에 우유를 데워 주니 우유를 먹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7시,

"엄마, 우유"

"새벽에 먹었잖아"

"우.유. 더! 먹.고. 싶.다.고!!! 엉엉엉"

얼굴을 찡그리며 우는 아이를 보니 머리속에 두가지 선택지가 떠오릅니다.

 

[선택1] 단호하게 대처하기

행동) 우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하기

말) "거봐, 엄마가 어제 저녁먹으랬지?! 우유 또 먹는거 안돼! 뚝 그쳐!"

속마음) 세상 단호한 엄마를 보고 이제 엄마 무서운줄을 알고 스스로 밥을 먹겠지?

 

[선택2] 공감해주고 마음 다치지 않게 해결해주기

행동) 우는 아이를 일으켜 안아주기

말) "배가 고파서 우유가 먹고 싶었구나. 우유는 아까 먹었으니까 밥 먹으면 어떨까? 엄마가 먹여줄게"

속마음) 그래그래, 엄마는 안전해. 엄마한테 기대. 그런데 오늘도 혼자 밥먹기는 안되겠네...

 

저는 2번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는 품에 안겨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으로 엄마를 올려다보곤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아기새처럼 밥을 받아 먹습니다.

 

저는 이때, 아이에게 져주었다는 느낌보다, '존중'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밥 스스로 먹어"보다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가 더 큰 비중을 차지 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존중육아를 저의 육아컨셉으로 잡고 해나가려고 합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기에 성공사례보단 뉘우침,이나 반성의 사례가 더 많을것 같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서 결국 뭔가를 이뤄내지 않을까합니다.

 

그렇게 오냐오냐키우면 아이 망친다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한번 아이를 '제대로(?)' 망쳐보려고 합니다.

과연 유치원입학 후 면담 때 어떤 이야길 들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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