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impool 2019. 12. 24. 10:31

남편과 아들을 보낸 뒤에 씁쓸한 마음으로 방 구석구석을 닦는다.

허지웅 작가는 《나의 친애하는 적》에서 "청소를 하는 것은 그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걸레를 들고 방 구석구석을 닦을때면 그 문장이 떠오른다. 

여기는 간식을 먹는 곳이니 조금 더 힘을 줘서 박박.
여기는 항상 먼지가 모이는 곳이니 신경써서 두번 닦기.

요즘 저푸(샴푸를 적게 쓰는 것)를 실천하고 있어 머리카락은 전보다 훨씬 적게 빠진다. (이전에는 손으로 빗으면 우수수 떨어졌다.) 그래도 머리카락은 하루에 100개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하니 귀찮아도 부지런히 닦는다.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매일매일 산책을 하다보니 신발이 늘 더럽다. 매일 빨면 좋겠지만 아침마다 덜 더러운(?) 신발을 골라신기는 것이 일이다. 

그런데 남편은 진짜 더러우니까 내일 꼭 빨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신발을 아이발에 신긴다.


아침에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큰 소리가 났다.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고 쳐다보는 나를 서늘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간다.

그 눈빛.
뭐가 문제야.
오늘은 청소 좀 하게 운동가라고 한거?
화장실 쓰려고 하는데 청소중이니까 나가라고 한거?

먼지를 닦아내며 또 자기반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