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독서

[총류]《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지음)

sosimpool 2020. 1. 31. 04:55

 

북스피어 펴냄
215 페이지

편집자 후기가 재미있어, 소개 합니다.
막연하게나마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몇몇 사람(이를테면 엄마라든가)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한결 같더군요.
"왜 그딴걸 하려는 거냐, 굶어 죽기 딱 좋은 직업이다"

소설가에 대한 인식이 그렇습니다. 저도 소설가라고 하면, 잘 나가는 인기작가들 보다는 옛날 이솝우화에서 들었을 법한 '가난한 작가'이야기를 먼저 떠올렸으니까요.

이 책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한 인간이 평생 동안 얼마나 벌었고 또 어떻게 벌었는지에 관해 상세하고도 구체적인 데다가 실증적인 숫자를 제시해가며 기록해 놓은 작가노트인 것입니다.

굉장히 구체적인 숫자와 기록들이 나와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버는가?]
- 문학잡지 같은 매체라면 원고지 매당 4천~6천엔의 고료를 받는다.
가령 50매짜리 단편이나 연재소설을 쓰면 20만~30만엔을 받으므로 매달 규칙적으로 게재하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액수가 된다.
- 장편 한 작품을 잡지에 연재하면 200만~300만엔의 고료를 받는다.
- 강연. 나는 시간당 40만엔으로 강연의뢰를 받는다. 한시간 반이면 60만엔이다.
- 취재료 5만엔
- 해설자로서의 TV출연 10만엔
- 소설이 드라마가 되는 경우 한시간 방영에 50만엔정도 받는다. 극장영화로 제작되면 수백만엔.

작가는 '가난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너무 컷던 탓일까요, 생각했던 것보다 꽤 큰 금액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액수가 된다니, 웬지 '작가'라는 직업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몇 매인가 하는 분량으로만 원고료를 계산한다.
인기작가인가 신인 작가인가가 무관하다.
걸작이든 쓰레기 같은 작품이든 고료는 동일한 구조이다. "
"한권도 안팔려도 인세는 받는다.
판매되고 나서가 아니라 인쇄한 시점에 인세를 받을수 있다."

출판쪽으로는 지식이 없는 제게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인기작가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이든 가격은 두께에 따른 차이만 있을뿐 같았던 것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다시 깨닫고 나니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컨텐츠의 질을 따지지 않고 양으로만 승부하는 세계라니요.

"돈을 잘 벌때는 절세를 위해 법인, 즉 회사를 설립하는 사람도 많다.
사무소를 두고 회사업무로서 작가 일을 하는 것이다.
회사를 설립해서 사무소를 얻고 직원을 고용하면 그 비용들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회사는 흑자를 내지 못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개인과는 전혀 다르다.
개인은 적자가 나도 세금을 내며, 세금떄문에 적자를 보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

회사설립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작가는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라니,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작가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른 세계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의외로 장래성이 있는 분야이다. 이는 오로지 인건비가 들지 않아 불황에 강하다는 점, 자본과 설비가 필요없다는 점, 그리고 비교적 단시간에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등의 유리한 조건 덕분이다. "

이토록 자세하게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수지를 밝힌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처음이라고 합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작가에 대한 것을 '수치'로 알게되니 재미도 있고, 새로운 것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