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매일 갑니다 편의점》(봉달호 지음)

저자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편의점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고객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편의점의 행사가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의 자해 행위임을 알리기도 하고, 선입선출을 방해하는 고객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또 나의 작은 행위에도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기억에 남았던 편의점의 비밀(?)들을 적어본다.
첫번째, 온장고 보존 기한이 있음
"음료마다 온장 보존 기한을 설정해놓은 건 맛이 변질될 가능성때문에 그렇다. 오랫동안 온장고에 있던 음료는 맛이 좀 씁쓸하거나 반대로 밍밍해지기도 하고, 더러 침전물이 생기기도 한다."
온장고에 넣으면 안되는 금지1순위 품목이 실론티인데, 지나가다가 어느 가게에서 실론티가 온장고에 있는 것을 보고 뜨악해서 한마디하니 주인 할머니가 본인이 10년동안 그렇게 장사했는데 아프다는 사람없었다는 면박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웬지 그 장면이 상상이 가서 풉, 했다.
두번째, 편의점 정책들(폐기지원금과 1+1)
"막 오픈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가면 온갖 프레시 푸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픈 후 일주일정도는 본사에서 100퍼센트 폐기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 상권에서 어느 정도 팔리는지 보고 발주량을 조절한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돈의 힘이다."
"1+1은 제조사가 소비자를 고맙게 여겨 따뜻한 마음으로 건네주는 사랑의 선물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도 팔아대는, 시장경제의 자해 행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편의점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세번째, 선입선출을 지켜주세요!
"편의점 점주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손님유형을 물으면 '뒤에 있는 제품을 빼내는 손님'이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
저자는 이 선입선출을 어기는 손님의 폐해에 대해서 (무려) 2개의 글을 써가며 비판했다.
솔직히 반성한다. 나도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것이 더 '신선'할 것이란 생각에 뒤쪽에 있는 상품을 집었었다. 문제는 모두가 뒤에 있는 상품을 집어가면 선택받지 못한 유통기한이 짧은 것들은 폐기될 운명이라는 것이다.